서론
택견은 단순한 전통 무술을 넘어선 한국인의 정서와 철학이 담긴 문화유산이다. 오늘날 우리는 태권도나 합기도처럼 널리 알려진 무술에 익숙하지만, 택견은 이와는 완전히 다른 철학과 동작 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그 역사적 뿌리는 삼국시대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한때 전통이 단절될 위기까지 겪었지만, 1980년대 이후 복원되면서 문화재로 지정되어 오늘날까지 전승되고 있다. 많은 이들이 택견을 단순한 ‘무술’이나 ‘운동’으로 생각하지만, 택견은 신체 단련뿐 아니라 공동체, 예의범절, 평화적 철학까지 포함한 총체적인 전통문화 체계다. 이 글에서는 택견의 정의, 기원, 기술적 특징, 문화적 가치에 대해 심층적으로 탐구해보고자 한다.
택견의 정의
택견은 한국 고유의 전통 무예로, 발차기와 몸놀림 위주의 기술로 구성된다. ‘택견’이라는 명칭은 지역과 시대에 따라 ‘태껸’, ‘택연’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맨손으로 상대와 겨루는 방식이며, 격투보다는 유연한 몸놀림과 예의범절을 중시한다. 기술적으로는 상대방을 넘어뜨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며, 빠른 반응과 균형감각이 요구된다. 오늘날 문화재청에서는 “전통 유희적 무예”로 분류하고 있다.
택견의 역사와 기원
택견의 기원은 정확하게 문헌에 남아 있지는 않지만, 고구려 벽화 ‘무용총’에서 보이는 싸움 장면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이후 조선시대에 이르러 민중 사이에서 놀이로 계승되며, 특히 서울 남산 일대에서 민속 경기 형태의 택견이 활발히 전개되었다. 조선 후기에는 특정한 ‘품(기술 계열)’ 체계도 발전했으며, 일제강점기에는 탄압을 받으며 점차 명맥이 끊기게 된다. 하지만 1983년, 택견은 중요무형문화재 제76호로 지정되며 본격적으로 복원되기 시작했고, 2011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되었다.
택견의 기술적 특징
택견은 ‘품밟기’라는 독특한 스텝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는 마치 춤을 추는 듯한 움직임으로, 상대의 공격을 피하거나 힘을 분산시키는 데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또한 택견의 발차기는 직선적인 공격이 아니라, 원형 회전을 동반하는 ‘휘두르기’ 방식으로 이루어져 상대의 중심을 무너뜨리는 데에 초점을 둔다.
택견의 기술 구성
- 품밟기 : 택견의 기본이 되는 발동작으로, 전신의 리듬을 조절하는 핵심 기술
- 잽이치기 : 팔을 이용한 타격 기술, 위협보다는 리듬을 깨뜨리는 역할
- 걸이기/덜미치기 : 상대의 중심을 무너뜨려 넘어뜨리는 기술
- 밀어차기/낙차주기 : 발로 중심을 흔드는 기술, 격렬함보다는 유연함이 중시됨
택견의 문화적 가치
택견은 단순한 싸움 기술이 아니라, 한국인의 몸의 철학과 공동체 정신이 담긴 무형문화다.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상대를 다치게 하지 않으면서도 이길 수 있는 무예라는 점이다. 이런 철학은 ‘상생’과 ‘공존’이라는 동양적 가치관과 깊이 맞닿아 있다. 또한 택견은 경기 전과 후에 상대에게 절을 하고, 정해진 룰 안에서 정정당당히 싸우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러한 예의와 절제는 교육적 가치로도 높게 평가받는다.
유네스코가 택견을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한 이유
- 비폭력적 무예 철학
- 민중 중심의 전승 문화
- 신체와 정신의 조화를 추구하는 건강한 철학
- 리듬과 음악, 예술성을 포함한 전통성
결론
택견은 단순히 오래된 무술이 아니다. 그 속에는 한국인의 정서, 몸의 철학, 공동체 중심의 문화가 오롯이 담겨 있다. 오늘날 많은 이들이 택견을 배우며 전통을 계승하고 있고, 그 과정 속에서 우리의 뿌리와 정체성을 되새기고 있다. 택견은 그 자체로 무형의 문화유산이며, 미래 세대에게 전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정신유산이다. 이제 택견은 전통에서 멈추지 않고, 현대 사회 속에서도 ‘살아 있는 무예’로 성장하고 있다. 택견을 단순히 관람의 대상으로만 보기보다, 직접 배우고 느끼며 우리의 몸과 마음 속에 새겨야 할 문화라고 말할 수 있다.